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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물가가 키운 친러 정치

1일 전
독일 작센안할트 주 선거에서 AfD가 승리한 이후, 유럽 정치에 드리운 러시아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의 국민연합, 이탈리아의 우파 정당들처럼 우크라이나에 대한 일방적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거나 러시아를 일방적으로 규탄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유럽 각지에서 힘을 얻고 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이 문제는 우리의 소관이 아니니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인식이 확산하는 상황을 경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대중의 불안이 커질수록 집권 세력을 향한 여론은 빠르게 악화한다는 데 있다. 물가가 오르고 구매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친러 세력은 그 틈을 파고든다. “러시아와 화친하면 된다.” “러시아를 용서하면 된다.” “제재를 무시하고 다시 교역하면 물가를 낮출 수 있다.” 이런 주장은 복잡한 국제정세를 단순한 경제 문제로 바꿔 대중에게 제시한다. 그리고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의 시민들에게 러시아의 전쟁은 본질적으로 ‘남의 나라’ 전쟁일 가능성이 크다. 직접 공격을 당하지 않은 사람에게 전쟁은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비용의 문제가 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민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그 연민이 자신의 지갑을 위협하는 순간 우선순위가 달라지는 것이다. 결국 대중의 정치적 판단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인의 러시아관이 아니라 지갑과 물가다. 언론과 정부가 아무리 제재의 필요성을 설명해도 구매력 손실로 고통받는 시민들에게 제재는 추상적인 외교정책이 아니라 매달 체감하는 생활비가 된다. 이 지점에서 EU의 ‘우리’와 각국 시민이 말하는 ‘우리’는 서로 다르다. 카야 칼라스에게 ‘우리’는 유럽연합 전체일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인, 독일인, 이탈리아인에게 ‘우리’는 자신의 국가와 가족, 그리고 당장의 생계일 수 있다. 유럽 정치가 이 차이를 외면한다면 러시아에 대한 피로감과 경제적 불만은 계속해서 제재 약화와 친러 정치세력의 성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러시아의 힘만으로 만들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상대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싸움에 들어간 대가이기도 하다. 국제정치에서 당위는 중요하다. 그러나 당위만으로 대중의 지갑을 설득할 수는 없다. 결국 문제는 경제다. 적어도 시민이 직접 위협을 느끼기 전까지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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