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E 러시아MSCI(합성)
1.종목 개요
러시아의 대표 주가지수인 MSCI Russia 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합성 상장지수펀드(ETF)였으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초대형 악재를 맞으며 사실상 거래 불가능한 '식물 ETF' 상태로 전락했다. 한때 러시아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투자했던 이들에게는 뼈아픈 손실의 상징이 되었으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개인의 자산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로 남았다.
실제 러시아 주식을 직접 편입하는 실물 복제 방식이 아닌, 증권사와의 스와프(Swap) 계약을 통해 지수 수익률을 복제하는 합성(Synthetic) 방식으로 운용되었다. 이 덕분에 운용사는 러시아 현지 주식 거래의 어려움은 피할 수 있었지만, 기초지수 자체가 산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으면서 ETF 역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다.
2.기초지수 및 추종 전략
이 ETF는 'MSCI Russia 25% Capped Index'를 기초지수로 삼았다. 이 지수는 러시아 주식 시장의 대형주와 중형주를 아우르되, 특정 종목의 비중이 25%를 초과하지 않도록 제한하여 쏠림 현상을 방지한 것이 특징이다. 과거에는 가스프롬, 스베르방크 등 러시아 경제를 대표하는 에너지, 금융 기업들이 지수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은 JP모간 등 해외 투자은행(IB)과 장외파생상품인 스와프 계약을 맺고, 이들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지급하는 대신 기초지수의 수익률을 보장받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는 러시아 현지 증시의 여러 규제나 거래의 불편함을 회피하면서도 지수를 추종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지수 산출 기관인 MSCI가 2022년 3월 9일부로 러시아 관련 지수 산출을 무기한 중단하면서 모든 것이 꼬여버렸다. 추종해야 할 기준점이 사라지자 ETF의 정상적인 가격 산출 및 운용이 불가능해졌고, 이는 결국 무기한 거래정지라는 파국으로 이어졌다.
3.주요 편입 종목 및 운용 정보
운용사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며, 과거 'KINDEX'에서 현재의 'ACE'로 ETF 브랜드를 변경했다. 총보수는 연 0.50%로 설정되어 있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정상적으로 운용되던 시절의 이야기다. 현재는 사실상 운용이 중단된 상태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수의 의미를 따지는 것조차 무의미한 상황이다.
거래정지 직전 포트폴리오는 러시아 실물 주식이 아닌, 스와프 계약이라는 금융 상품으로 채워져 있었다. 자산의 거의 전부가 JP모간, BNP파리바 등과의 장외파생계약이었기 때문에, 개별 구성 종목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사실상 러시아 경제의 운명과 계약 상대방인 글로벌 투자은행의 신용도에 모든 것을 건 구조였다.
2022년 서방 세계의 강력한 경제 제재로 러시아 주식시장이 붕괴하자, MSCI는 러시아 주식의 시장 가치를 사실상 '0'으로 평가하는 극단적 조치를 내렸다. 이로 인해 기초지수의 가치가 폭락했고, 이를 추종하던 ACE 러시아MSCI(합성) ETF의 순자산가치(NAV) 역시 0에 가깝게 수렴하며 투자자들에게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안겼다.
4.최후의 폭탄 돌리기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이 ETF는 그야말로 투기적인 세력들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장이 되었다.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며 가치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와중에도, "설마 러시아가 망하겠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은 단타 투자자들이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 커뮤니티 게시판은 "오늘이 진짜 바닥"이라는 희망과 "지하실 아래 맨틀까지 뚫을 기세"라는 절망이 뒤섞여 혼돈의 도가니를 이루었다. 하지만 결국 2022년 3월 2일, -29.89%의 하한가를 기록한 것을 끝으로 유가증권시장 매매거래가 정지되며 이 위험한 폭탄 돌리기는 막을 내렸다.
5.상장폐지도 못 하는 식물 ETF
거래가 정지된 지 4년이 넘은 2026년 현재까지도 이 ETF는 청산되지 못한 채 투자자들의 계좌 한구석에 흔적으로만 남아있다. 운용사는 상장폐지 및 청산 절차를 진행하고 싶어도, 스와프 계약의 상대방인 해외 투자은행들이 러시아 관련 자산의 가치 평가 및 현금화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갇혀버렸다. 투자자들은 이미 투자금 전액 손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혹시라도 전쟁이 끝나고 자산 재평가가 이루어져 단돈 1원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 ETF의 기구한 운명은 전쟁이 금융시장에 남긴 지워지지 않는 상흔을 여실히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