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썼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지?
2개월 전
AI의 도움 없이 썼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까
며칠 전 X에서 AI가 만든 글에 보이지 않는 워터마크를 넣을 수 있다는 논쟁을 봄. 정말 지워지지 않는지, 번역하면 남는지, 사람이 조금 고치면 누구의 글인지 따지던 대화였음. 그런데 답글이 쌓일수록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였음. 인간이 썼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였음.
AI 워터마크는 글 안에 도장을 찍는 방식과는 조금 다름. 모델이 다음 토큰을 고를 때 후보를 비밀 규칙에 따라 나누고, 특정 무리의 선택 확률을 살짝 높이는 방식임. 한두 번은 자연스러운 선택처럼 보이지만, 수백 번 쌓이면 우연치고는 특정 패턴이 자주 나타남. 검출기는 문장의 뜻이 아니라 그 작은 기울기의 누적을 세는 것임.
실제로 이런 방식은 연구됐고, 구글 딥마인드는 SynthID-Text를 Gemini 출력에 적용했음. EU AI법도 합성 콘텐츠를 식별할 수 있게 표시하고 검출하는 방향을 제시함. 다만 모든 상용 모델에 같은 장치가 들어갔다고 말할 수는 없고, 워터마크가 영원히 버티는 것도 아님.
생성하는 쪽은 흔적을 심고, 공격하는 쪽은 문장을 바꿈. 그대로 복사하면 신호가 남을 수 있지만 번역하거나 다른 모델로 다시 쓰면 원래 토큰 배열은 크게 무너짐. 사람이 의미만 가져가 새 문장으로 만들면 더 어려워짐. 잉크를 지우는 게 아니라 아예 새 종이에 옮겨 적는 것에 가까움.
반대로 워터마크를 지우는 공격자가 인간의 글에 거짓 신호를 심을 가능성도 있음. 짧은 글은 표본 자체가 부족하고, 작은 오탐률도 수억 개의 글에 적용되면 실제 사람을 AI로 판정할 수 있음. 기계가 쓴 글을 잡으려다 문장이 반듯한 인간부터 의심받을 수 있다는 뜻임.
텍스트만 보고 작성 주체를 판별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 같은 문장은 인간이 쓸 수도 있고, AI가 만들 수도 있고, AI 문장을 사람이 외워서 다시 쓸 수도 있음. 결과물 안에 원인을 판별할 정보가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임.
그래서 검증은 문장 밖으로 나가게 됨. 초고, 중간본, 붙여넣기 기록, 모델 호출 기록, 편집 시점을 남기고 단계마다 디지털 서명을 붙이는 식임. 하지만 편집기에서 AI를 호출하지 않았다는 기록은 옆 휴대전화로 답을 보지 않았다는 증명이 아님. 서명은 파일의 이동 경로를 보여줄 뿐, 생각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는 말해주지 않음.
가장 확실해 보이는 방법은 창문도 전파도 없는 독방일 것임. 카메라를 달고, 들어가기 전 몸과 옷을 검사하고, 새 종이와 잉크가 든 펜만 주는 방식임. 그래도 입실 전에 AI 문장을 외워왔을 수 있고, 누군가의 생각을 자기 문장으로 바꿨을 수도 있음. 기억까지 검사하려면 결국 뇌를 들여다봐야 함.
감시 시간을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님. 며칠간 인터넷을 끊고, 몇 달을 격리하고,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매체를 보지 않은 사람만 인증한다면 우리는 인간 저자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인증 가능한 인간을 만들고 있는 셈임. 글 한 편의 원산지를 확인하려다 사람에게 유기농 표시를 붙이는 꼴임.
여기서 이상한 역전이 생김. AI는 버튼 한 번으로 수천 개의 글을 만들고 조용히 사라짐. 인간은 한 문장을 자기 것이라고 인정받기 위해 생애의 기록과 사생활을 제출해야 함. 기계의 생산비는 내려가는데 인간성의 증명비는 계속 올라가는 중임.
결국 우리가 지키려는 건 순수한 문장이라기보다 선택의 자리일지도 모름. 누가 마지막 문장을 남겼는지, 틀렸을 때 누구의 이름으로 책임지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음. 지금 드는 판단은 인간임을 증명하는 제도가 감시를 요구하는 순간, 보호하려던 인간성부터 훼손되기 시작한다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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