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고통에 서명했나
2개월 전
직업은 원하는 보상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어떤 장면을 매일 견딜지 정하는 일에 가까움.
F1 드라이버는 빠르게 달리는 대가로 엄청난 중력 가속도를 견뎌야 함. 코너마다 목에 수십 킬로그램의 하중이 걸리고, 한 시즌 동안 그 고통을 수천 번 반복함. 투자자도 마찬가지임. 시장의 변동성을 견디겠다고 동의한 사람임.
투자의 고통은 손실에서만 생기지 않음. 어제 10억이던 평가이익이 오늘 3억으로 줄어드는 일, 사지 않아서 놓친 상승, 팔고 나서 더 오르는 장면도 전부 감당해야 하는 고통임.
장기 투자자는 몇 년의 평가손과 시장의 조롱을 견디는 쪽에 서명한 사람이고, 단기 트레이더는 하루에도 몇 번씩 흔들리는 계좌와 놓친 기회를 견디는 쪽에 서명한 사람임.
그래서 투자에서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얼마를 벌고 싶은지가 아니라, 어떤 고통을 매일 견딜 수 있는지임. 내가 동의하지 않은 고통을 직업으로 삼으면 결국 가장 약한 자리에서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음.
지금 드는 판단은, 투자 실력보다 먼저 필요한 건 내가 어떤 고통에 서명했는지 아는 일이라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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