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도와줘도 엔화가 약해지는 이유
매도2개월 전
미국이 일본에 묘수를 냈는데도 엔화가 다시 약해지는 이유
일본 재무성은 7월 30일부터 8월 26일까지 엔화 방어에 15조3993억엔, 약 964억달러를 투입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공동 개입 직후 155엔대까지 내려갔던 USD/JPY는 다시 159~160엔 부근으로 올라왔다. 결과만 보면 엔화 방어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미국이 일본에 제공한 묘수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과 일본의 공동 엔화 매수 개입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이 미국채를 현물시장에서 급하게 팔지 않고 미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빌릴 수 있게 하는 FIMA 레포다.
일본이 달러가 필요해 미국채를 직접 팔면 미국채 가격이 내려가고 장기금리는 올라간다. 일본은 엔화를 방어할 수 있지만, 미국은 장기금리 상승과 국채시장 불안을 감수해야 한다.
FIMA는 일본이 미국채를 던지지 않고 달러를 조달할 수 있게 해 이 충격을 줄이는 장치다. 미국채 급매를 막는다는 점에서는 분명 묘수다.
하지만 이 수단이 엔화 약세의 원인까지 없애주는 건 아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일본의 낮은 실질금리, 엔화 캐리트레이드, 수입 에너지 비용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일본이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는 동안에는 환율이 내려가지만, 개입이 멈추면 시장은 다시 엔화를 판다. 이번에 155엔대에서 다시 160엔 근처로 돌아온 것도 그 구조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FIMA가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이번 964억달러 중 실제로 얼마가 FIMA로 조달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고, FIMA의 목적도 엔화를 계속 강하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일본이 미국채를 급매하는 상황을 막는 것이 핵심이다.
환율 방어에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더라도, 미국채 시장의 급격한 수급 충격을 줄이는 기능은 작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일본의 개입 규모가 너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달에 964억달러를 썼다는 건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계속 소모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이 160엔을 지키겠다는 신호를 보낼수록 시장은 160엔 부근에서 엔화를 매도하고 다음 개입을 기다릴 수 있다. 방어선 자체가 공격 포인트가 되는 구조다.
결국 근본 해법은 BOJ의 금리 인상이다. 금리를 올리면 미일 금리차가 줄고 엔화 캐리트레이드도 약해진다. 하지만 일본 국채금리, 기업대출, 주택대출이 함께 오르고 정부의 이자비용도 커진다. 엔화를 지키려다 일본 국내 금융시장과 경기를 먼저 흔들 수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FIMA로 미국채 급매를 막을 수는 있지만, 일본이 장기적으로 달러자산을 줄이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일본의 미국채 수요가 약해지면 미국은 더 높은 금리를 줘야 국채를 팔 수 있다. 장기금리 상승과 재정적자 확대가 서로를 밀어 올리는 구조다.
엔화가 갑자기 강해지는 것도 문제다. 엔화는 글로벌 캐리트레이드의 조달 통화이기 때문에, 엔화 급등은 미국 기술주와 신흥국, 사모대출, 암호화폐 같은 위험자산의 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이 추가로 쓸 수 있는 수단들은 대부분 시간을 버는 장치다. FIMA 조건 확대, 달러 유동성 협정 강화, 외환안정기금을 통한 엔화 매입, 미국채 바이백 확대가 가능하지만 금리차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
정리하면 미국의 묘수는 일본이 미국채를 한꺼번에 던지는 상황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됐을 수 있다. 하지만 엔화 약세와 미일 금리차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일본이 지금 사는 것은 엔화가 아니라 시간이다. 내 판단으로는 다음 개입은 이전보다 더 비싸지고, 효과는 더 짧아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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