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wiki
전체 목록

황금알의 계산법

매수4개월 전
269,500원일 때 작성
1장. 문이 열리다 처음부터 파업 이야기는 아니었다. 2020년, 삼성은 더 이상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을 앞세우지 않겠다고 했다. 그전까지 삼성의 노사관계는 회사 바깥에서 보기에는 거의 고정된 질서처럼 보였다. 삼성은 삼성이고, 노조는 삼성의 중심부까지 쉽게 들어오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 문이 열렸다. 2021년에는 첫 단체협약이 체결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시장은 이 변화를 조용히 넘겼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반도체 업황, 스마트폰 판매, 환율, 메모리 가격, 파운드리 경쟁력 같은 것들에 더 크게 반응했다. 노사관계는 중요한 변화였지만, 아직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정면으로 흔드는 변수는 아니었다. 그때의 질문은 단순했다. 삼성에도 이제 노조가 자리 잡는가. 2장. 성과급 0원의 기억 시간이 지나면서 질문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2023년 반도체 불황 이후 DS 부문에는 성과급 0원의 기억이 남았다.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핵심이지만, 업황이 꺾이면 가장 크게 흔들리는 부문이기도 했다. 어려울 때는 회사 전체의 위기라는 이름으로 버티고, 좋아질 때는 그 회복의 과실이 어떻게 돌아오는지가 문제가 됐다. 2024년 첫 파업은 그 질문이 밖으로 나온 장면이었다. 당시 핵심 쟁점 중 하나는 EVA 기준이었다. 삼성전자는 자본비용 등을 뺀 경제적 부가가치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정해왔고, 노조는 이것보다 영업이익을 더 직접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봤다. 이 차이는 숫자 계산법의 차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관점의 차이다. 회사는 이렇게 볼 수 있다. 투자도 해야 하고, 리스크도 져야 하고, 사업부마다 사이클도 다르니 단순히 영업이익만으로 나눌 수는 없다고. 직원은 이렇게 볼 수 있다. 실제로 돈을 벌었는데 왜 그 성과가 내 보상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느냐고. 여기서부터 삼성전자 파업은 임금협상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성과를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 그리고 그 성과를 누가 얼마나 가져갈 것인가. 3장. 황금알이 다시 나오기 시작하다 2026년이 되면서 무대가 더 복잡해졌다. AI 반도체 수요가 커졌고, HBM은 삼성전자가 반드시 따라잡아야 하는 영역이 됐다. SK하이닉스가 앞서 나간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다시 신뢰를 회복해야 했다. 단순히 “반도체 회사니까 언젠가 좋아진다”가 아니라, 고객사 앞에서 기술과 납기와 품질을 다시 증명해야 하는 구간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시점에 성과급 문제가 다시 커졌다. 노조는 DS 부문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삼자는 쪽에 가까웠고, 최근 보도 기준으로는 DS 부문 안에서도 공통 배분과 사업부별 차등 배분을 어떻게 나눌지가 막판 쟁점이 됐다. 여기서 갈등이 더 날카로워진다. DS 안에는 메모리만 있는 게 아니다. 메모리는 지금 삼성전자가 다시 힘을 실어야 하는 핵심 사업이고, AI 반도체 회복의 중심이다. 반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는 실적 면에서 훨씬 부담이 크다. 그런데 노조안은 DS 전체에 공통 배분을 크게 두고, 일부만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나누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그러면 메모리 쪽에서는 이런 생각이 생긴다. 우리가 번 돈인데 왜 적자 사업부까지 같이 나누나. 반대로 비메모리 쪽에서는 다른 생각이 생긴다. 사업부가 어렵다고 그 안에서 일한 사람들의 노력이 0이 되는 건 맞나. 회사가 장기적으로 키워야 할 사업이면, 지금의 손익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게 맞나. 이건 단순히 탐욕 대 명분의 싸움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는 꽤 현실적인 말을 하고 있다. 4장. DX의 불편함 문제는 DS 안에서 끝나지도 않는다. DX 부문은 스마트폰, 가전, TV 같은 완제품 사업을 맡는다. 이쪽은 반도체처럼 폭발적인 이익 사이클을 타기보다는, 원가와 판매 경쟁 사이에서 수익을 만들어야 한다.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 DS에는 호재일 수 있지만, DX에는 원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하나의 회사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여러 사업회사가 묶여 있는 구조에 가깝다. DS 직원은 “AI 반도체 회복의 과실을 제대로 달라”고 말한다. DX 직원은 “회사 전체 직원인데 왜 DS 중심으로만 협상이 흘러가냐”고 느낄 수 있다. DS 안에서도 메모리 직원은 “실적을 낸 쪽과 못 낸 쪽을 왜 같이 묶냐”고 볼 수 있다. 비메모리 직원은 “지금 적자라고 미래 사업의 기여까지 없는 것처럼 보면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노사 갈등은 노노 갈등으로도 번진다. 한쪽은 회사와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한쪽은 그 싸움 안에서 자신이 빠졌다고 느낀다. 성과급이라는 단어 하나 안에 회사 대 직원, DS 대 DX, 메모리 대 비메모리, 현재 실적 대 미래 투자라는 축이 한꺼번에 들어가 버린 것이다. 5장. 법원이 본 라인 2026년 5월 18일, 법원이 중간에 들어왔다. 법원은 파업 자체를 막지는 않았다. 다만 반도체 라인의 안전, 보안, 웨이퍼 변질 방지 같은 업무는 평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이 판단은 지금 상황을 꽤 정확히 보여준다. 노동자의 파업권은 있다. 그런데 반도체 라인은 쉽게 멈출 수 없다. 이 두 문장이 동시에 성립한다. 반도체 공장은 일반적인 공장과 다르다. 멈췄다가 다시 켜면 되는 구조가 아니다. 웨이퍼가 라인 안에 있고, 공정은 길게 이어지고, 품질 문제는 뒤늦게 터질 수 있다. 특히 AI 반도체 경쟁 구간에서 고객사 신뢰가 흔들리면, 손실은 하루 매출로만 계산되지 않는다. 그래서 삼성전자의 파업은 다른 업종의 파업보다 더 복잡하게 읽힌다. 일을 멈출 권리와, 멈추면 안 되는 산업 인프라가 같은 장소에서 부딪히고 있다. 6장. 시장은 다른 상상을 한다 재밌는 건 시장의 반응이다. 삼성전자 파업 뉴스는 삼성전자만의 악재로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반도체 생산 차질을 걱정하고, 누군가는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노사 리스크가 큰 제조업의 할인 요인을 본다. 그리고 또 다른 쪽에서는 자동화와 로봇을 본다. “로봇은 파업하지 않는다”는 식의 단순한 문장으로 끝낼 일은 아니지만, 시장은 원래 이런 식으로 상상력을 뻗는다. 사람이 빠지면 라인이 흔들리는 산업이라면, 장기적으로는 자동화율을 더 높여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생긴다. 이 연결은 특정 로봇주 상승을 전부 파업 뉴스 하나로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로봇주는 이미 피지컬 AI, 휴머노이드, 삼성의 로봇 투자, 제조 자동화 기대가 겹쳐 있던 테마다. 다만 삼성전자 파업은 그 테마에 아주 직관적인 장면을 하나 제공한다. AI 시대에도 제조업은 결국 물리적인 라인을 돌려야 한다. 그리고 그 라인은 사람, 장비, 소프트웨어, 로봇이 함께 움직인다. 7장. 근본적인 질문 이 이야기를 끝까지 줄이면 결국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황금알은 누구의 것인가. 회사는 황금알을 낳는 오리를 키웠다고 말할 수 있다. 투자를 했고, 공장을 지었고, 고객을 확보했고, 기술을 축적했고, 위험을 감수했다고 말할 수 있다. 직원은 다르게 말할 수 있다. 그 오리가 실제로 알을 낳도록 밤낮으로 라인을 돌리고, 공정을 맞추고, 불량을 잡고, 제품을 납품한 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투자자는 또 다르게 본다. 지금 필요한 건 분배 논쟁보다 HBM 승인, 고객사 확보, 생산 안정성, 경쟁사 추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구간에서 내부 갈등이 커지면 회복 스토리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 노조는 미래의 이익을 현재의 권리로 당겨오려 한다. 회사는 현재의 리스크를 이유로 미래의 보상을 통제하려 한다. 시장은 그 사이에서 묻는다. 이 회사는 AI 시대의 제조업으로 다시 평가받을 수 있는가. 그리고 그 평가를 만들어낼 내부 시스템은 안정적인가. 8장. 삼성전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이유 그래서 이건 삼성전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앞으로 AI가 더 커질수록 이런 질문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데이터센터는 전기를 먹고, 반도체는 공장을 먹고, 로봇은 부품과 제어 시스템을 먹고, 피지컬 AI는 결국 실제 공간에서 움직이는 하드웨어를 필요로 한다. AI 시대의 승자는 소프트웨어 회사만이 아니다. 전기를 깔고, 칩을 만들고, 열을 식히고, 로봇을 움직이고, 공장을 돌리는 제조업도 다시 중요한 자리에 올라온다. 그런데 제조업의 가치가 커질수록, 그 가치를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갈등도 커진다. 성과를 사업부별로 나눌 것인가. 회사 전체로 나눌 것인가. 현재 흑자를 기준으로 볼 것인가. 미래 전략사업의 기여를 인정할 것인가. 자본이 가져갈 몫과 노동이 가져갈 몫은 어디서 갈라지는가. 삼성전자 파업은 이 질문들이 한꺼번에 드러난 첫 장면에 가깝다. 그래서 오늘 이 뉴스는 단순히 “파업하면 주가 빠지나”로만 보기에는 조금 아깝다. 오히려 앞으로 AI 제조업을 볼 때 어떤 회사가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기술이 있는가. 고객이 있는가. 라인이 안정적인가. 그리고 성과를 둘러싼 내부 합의가 가능한가. 삼성전자는 지금 그 네 번째 질문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필자는 삼성전자가 그 질문에 답을 찾아야하고, 찾을 수 있다고 본다.
7

투자 유의사항

모든 투자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서비스 내 정보를 활용해 발생한 금전적 손실이나 법적 문제에 대해서 작성자와 당사는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댓글 2

게시판

Disclaimer앤트위키는 사용자 참여와 AI 기술을 기반으로 제공되는 위키 서비스로, 투자 자문이나 권유를 하지 않습니다. 앤트위키가 제공하는 가격 정보는 코스콤 등 콘텐츠 제공업체로부터 받는 정보이며 기업 정보, 재무 데이터, AI 요약 및 사용자 의견은 부정확하거나 시차가 있을 수 있으며 오류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모든 투자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서비스 내 정보를 활용해 발생한 금전적 손실이나 법적 문제에 대해서 작성자와 당사는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저작권 및 라이선스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명예훼손(사실적시 포함), 모욕, 개인정보 유출 등 대한민국 법률에 위배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게시물 삭제 및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작성된 내용에 대한 법적 책임은 전적으로 작성자에게 있습니다.

주식회사 투엑시스 | 사업자등록번호 604-86-03443 | 대표 김성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효창원로62길 4, 2층 | 02-6272-0210

© 2025-2026 Two Axis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