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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엔캐리 청산은 아직 안 터질까?

1개월 전
엔캐리 청산은 왜 생각보다 늦게 일어날까? 1 핵심은 보험사와 은행이 들고 있는 장기채를 당장 팔지 않아도 된다는 데 있음. 채권은 시장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떨어짐. 2%짜리 채권을 들고 있는데 새로 발행되는 채권 금리가 10%라면, 기존 채권은 할인해서 팔아야 함. 문제는 만기가 길수록 손실이 커진다는 점임. 1년짜리 채권은 1년 치 금리 차이만 반영되지만, 30년짜리 채권은 30년 동안의 차이를 가격에 반영해야 함. 이런 장기채를 많이 보유한 곳이 보험사임. 보험 계약은 수십 년에 걸쳐 이어지기 때문에 보험료를 장기로 운용해야 하기 때문임. 한국 보험사도 2021년 말 기준 장기채권을 337조원가량 들고 있었음. 시장금리가 2%포인트 오르면 채권 손실이 72조원 늘어날 수 있다는 한국은행 계산도 있었음. 금리가 4%포인트까지 올랐다면 평가손실 규모는 훨씬 커졌을 가능성이 있음. 그런데 재무제표에는 손실이 전부 드러나지 않았음. 이유는 채권을 만기보유증권으로 분류할 수 있었기 때문임. 매도가능증권은 가격이 떨어지면 평가손실을 장부에 반영해야 하지만, 만기보유증권은 만기까지 보유한다는 전제 아래 시장가격 변동을 당기손익에 바로 반영하지 않음. 결국 손실이 사라진 게 아니라, 팔지 않기로 하면서 장부 밖으로 밀어둔 것에 가까움. 만기까지 들고 가서 원금과 이자를 받으면 되기 때문임. 엔캐리 청산이 더딘 이유도 비슷하게 볼 수 있음. 일본 30년물 금리가 4%를 찍더라도 일본 보험사와 은행이 보유 채권을 당장 매각하지 않는다면 평가손실은 실제 매매손실로 전환되지 않음. 하지만 채권을 팔아야 하는 순간, 그동안 감춰져 있던 손실이 그대로 드러남. 그래서 중요한 건 금리 수준 자체만이 아니라 금융기관이 실제로 채권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는지 여부임. 앞으로 볼 지표는 일본 초장기 국채금리, 일본 생보사의 외화자산 잔액과 환헤지 비율, 만기보유 계정 비중임. 장기채 평가손실은 회계 분류로 가릴 수 있음. 다만 매각하는 순간 손실은 가려지지 않음. 엔캐리 청산이 늦어지는 이유도 결국 ‘팔지 않으면 아직 손실이 아니다’라는 선택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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