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청년에게 술 얘기 꺼냈다가
27일 전
한번은 늦은 밤 명동 약국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젊은 남성들이 들어와 감기약을 찾은 적 있음.
증상을 듣고 아세트아미노펜이 든 약을 권하면서 복용하는 동안엔 술을 피하라고 덧붙였는데, 말하고 나서야 사우디가 엄격한 금주 국가라는 사실이 떠올랐음.
괜한 말을 했나 싶던 순간 손님이 되물었음.
“아, 나 5분 전에 맥주 마셨는데….”
역시 물어볼 건 물어봐야 하나봄. 본국에선 몰라도 여행지에선 작은 일탈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지금이야 사우디 젊은이가 서울 한복판에서 맥주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지만, 반세기 전 건설노동자로 중동에 간 한국인들에겐 그럴 여지도 없었음.
박완서는 단편 ‘여인들’(1977)에서 남편이 매달 ‘천 딸라’를 부쳐온 덕분에 가족들은 호사를 누리지만, 정작 남편이 사는 중동은 “돈 버는 것 외에는 술맛도 계집맛도 볼 수 없는 별유천지”로 묘사했음.
그럼에도 1970년대 내내 수많은 한국 남성이 바로 그 별유천지로 떠났음. 그렇게 벌어온 오일머니가 당시 한국 사회의 욕망과 사건들을 움직인 배경이 됐음.
이번 주간조선 칼럼에선 그 오일머니가 육영수 암살 사건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중동으로 떠난 한국인들의 삶은 무엇이었는지 다뤄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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