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미국 없이 버틸 수 있나
20일 전
5,350원일 때 작성
유럽의 대미 대응을 보면, 이제 문제는 미국이 유럽을 압박하고 있느냐가 아님. 이미 압박은 일상화됐고, 트럼프 2기 들어서는 그 방식이 더욱 노골적으로 바뀌었음.
이번 ICC 제재가 상징적인 이유는 따로 있음. 미국이 국제형사재판소와 러시아 기업을 사실상 같은
SDN 범주에서 다루며 달러 네트워크 차단까지 시도하고 있기 때문임. 국제기구를 통해 전쟁범죄를 다루던 기존 질서 자체를 미국이 정면으로 압박하고 있는 셈임.
그런데 유럽의 대응은 여전히 선언과 상징에 머물러 있음. EU는 ICC의 독립을 지키겠다고 발표했고, 대화의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음. 네덜란드는 차단규정 발동을 준비해달라고 요청했음. 한편 유럽의회에는 '벌거벗은 트럼프' 동상까지 등장했음.
문제는 이런 대응만으로 미국의 제재를 막을 수 없다는 데 있음. 미국 기업의 이메일과 금융계정이 차단된 ICC 관계자들이 이미 나오고 있고, ICC는 마이크로소프트 대신 독일산 공공기관용 소프트웨어로 전환하는 등 생존을 위한 우회책을 마련하고 있음. 유럽이 진짜로 독립성을 지키려면 조롱이나 성명보다 금융·결제·기술 인프라를 스스로 감당할 준비가 먼저 필요함.
결국 유럽 앞에는 네 가지 선택지가 있음.
첫째, 현재 시스템에 남아 미국의 요구를 계속 수용하는 방법임. 이 경우 유럽은 동맹이라기보다 미국의 가신에 가까운 위치를 받아들여야 함.
둘째, 미국과 충돌하더라도 탈달러와 독자 방위 역량을 준비하는 방법임. 손실을 감수하고 스스로 싸울 각오가 필요한 길임.
셋째,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법임. 단순한 외교적 수정이 아니라 국가 대전략 전체를 바꿔야 하는 선택지임.
넷째, 트럼프를 끌어내리고 미국의 외교안보 기조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방법임. 다만 정권 교체만으로 이미 훼손된 질서와 누적된 의존성이 자동으로 복구되지는 않음.
러시아 부총리가 말한 것처럼, 많은 국가가 달러가 더 이상 절대적으로 안전한 기축통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을 가능성이 큼. 한 번 사용을 줄인 국가가 예전으로 완전히 돌아가기는 쉽지 않음.
유럽은 지난 1년 동안 미국의 압박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확인했음. 그런데도 여전히 대화와 유예기간을 말하고, 동상을 세우며 정신적 승리를 확인하는 데 그치고 있음.
지금 유럽에 필요한 것은 미국을 비판하는 용기가 아니라, 미국 없이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결단임.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도 미국은 국제기구든 러시아 기업이든 필요에 따라 같은 방식으로 제재할 것이고, 유럽은 매번 우려를 표명한 뒤 결국 물러나는 패턴을 반복하게 될 가능성이 높음.
1
투자 유의사항
모든 투자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서비스 내 정보를 활용해 발생한 금전적 손실이나 법적 문제에 대해서 작성자와 당사는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