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팅하우스, 이번엔 제대로 따져봐야
2개월 전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제안은 원전 산업의 판을 바꿀 기회처럼 보이지만, 조건 없이 뛰어들 사안은 아니다.
탄소중립과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로 원전 르네상스가 열리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글로벌 원전 수출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 상황에서,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시공·공급망 역량을 가진 한국이 손을 잡는 그림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불리하게 체결된 IP 계약을 재협상하고, 향후 50년간 발생할 로열티와 기자재 구매 부담을 배당이나 계약 개정으로 상쇄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미국 내 신규 원전과 SMR, 동유럽 대형 원전 시장 선점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도시바의 전례를 빼놓을 수 없다. 도시바는 2006년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 뒤 미국 원전 건설 지연과 공사비 폭증을 감당하지 못했고, 결국 막대한 손실과 상장폐지라는 결과를 맞았다. 원전 사업은 계약 규모가 크다고 안전한 사업이 아니다. 일정 지연, 원자재 가격 상승, 규제 변화가 한 번 겹치면 손실 규모가 조 단위로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핵심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엄격한 밸류에이션과 손실 분담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지분에 상응하는 이사회 의결권과 경영 참여권을 확보해 한국이 단순 시공 하청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부가가치 설계와 IP 수익은 미국이 가져가고, 고위험 시공만 한국이 떠안는 구조라면 인수의 의미가 없다. 셋째, 지분 참여와 별개로 APR1400을 비롯한 한국 고유 노형과 독자 기술 개발을 계속해 대미 기술 종속을 막아야 한다.
결국 이번 제안은 지분을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위험과 수익을 얼마나 공정하게 나누느냐의 문제다. 한국이 협상력을 확보한 공동 사업자로 참여한다면 기회가 되지만, 책임만 떠안는 구조라면 도시바의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0
투자 유의사항
모든 투자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서비스 내 정보를 활용해 발생한 금전적 손실이나 법적 문제에 대해서 작성자와 당사는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