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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딧세이에서 배운 투자자의 겸손

2개월 전
어제 <오딧세이>를 봤다. 트로이 전쟁을 이긴 오딧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여정을 다룬 영화다. 그런데 전쟁에서 승리한 영웅의 귀환기라기보다, 한 사람이 자신의 오만을 통과해 겸손을 배우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오딧세우스는 동굴에 갇혔을 때 자신을 ‘아무도 아닌 사람’이라고 숨겼다. 하지만 위험에서 빠져나오자 자신이 누구인지 드러내고 싶어 했다. 자신이 이 일을 해냈다는 사실을 자랑하고 싶었고, 후대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어 했다. 결국 그 교만이 험난한 항해의 시작이 됐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과시, 욕망, 유혹, 자기절제의 실패, 절망과 체념이 차례로 등장한다. 폴리페모스와 키르케, 사이렌의 노래와 헬리오스의 소, 칼립소를 지나며 오딧세우스는 집에 도착하기까지 10여 년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고향 땅을 밟았을 때 그는 거지 차림이었다. 트로이 전쟁의 가장 큰 공헌자였지만, 가장 자신을 낮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앞서 고향에 돌아온 아가멤논은 아내에게 살해당했지만, 오딧세우스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낮은 자세를 취함으로써 자신을 시기하고 아내를 탐하던 자들의 위협을 피할 수 있었다. 투자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적 자유에 이르면 남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화려하게 살게 될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오히려 그 이후에도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살아야 그 삶이 지속될 수 있는 것 아닐까. 경제적 자유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시장을 모두 안다는 듯한 오만은 항해를 훨씬 길게 만들 수 있다. 처음에는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외친 오만 때문에 긴 방황이 시작됐는데, 결국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몸을 낮출 줄 아는 사람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호메로스가 이야기의 처음과 끝에 오만과 겸손을 배치한 이유를 생각할수록, 지금의 나는 수익보다 먼저 태도를 돌아봐야 한다는 판단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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