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가 유럽의 텍사스가 된 이유
1개월 전
14,890원일 때 작성
핀란드가 ‘유럽의 텍사스’로 불리고 있다.
유럽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는 글로벌 기업들이 핀란드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유럽의 중심과는 거리가 있고, 영어가 공용어인 것도 아니며, 기술기업의 본부가 몰려 있는 나라도 아니다. 그럼에도 AI 데이터센터의 최적 입지로 떠오른 이유는 전기와 땅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노르웨이와 함께 유럽에서 전기요금이 가장 저렴한 나라에 속한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프랑스나 독일의 절반 수준이다.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넓은 숲과 해안에는 대규모 풍력발전 단지가 들어서 있다. 원자력·풍력·수력 같은 무탄소 전력원이 전체 전력의 95%를 차지한다는 점도 데이터센터 기업에 매력적이다.
하지만 전력 생산량만 많다고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지까지 고압 전력망을 연결하고 냉각수 인프라를 새로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핀란드의 오래된 제지공장들이 뜻밖의 자산으로 떠오른다.
핀란드는
나무가 많아 오래전부터 제지산업이 발달했다. 제지공장은 펄프를 가공하기 위해 막대한 전기를 사용했고, 공장 옆에는 전용 변전소가 들어섰다. 종이를 만드는 과정에는 물도 대량으로 필요했기 때문에 바다나 호수에서 물을 끌어오는 취수시설과 폐수를 처리하는 배수시설도 함께 구축됐다.
1990년대 제지산업이 전성기를 누릴 때는 핀란드 전체 전력 소비량의 3분의 1을 제지산업이 차지했을 정도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 이후 종이 수요가 급감하면서 제지공장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그리고 지금, 가동을 멈춘 제지공장 부지가 대규모 데이터센터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미 전력망이 연결돼 있고 냉각수 인프라도 갖춰진 데다, 산업용으로 개발된 넓은 땅까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쇠퇴한 사양산업의 유산이 AI 산업의 기반으로 전환되고 있는 셈이다. 핀란드의 데이터센터 붐은 단순히 값싼 전기 덕분이 아니다. 한 시대의 산업이 남긴 인프라를 다음 시대의 산업이 이어받는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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